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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영화 리뷰50

프레데터: 죽음의 땅, 가장 약한 프레데터를 주인공으로 세운 이유 프레데터를 처음 봤을 때 가장 강하게 남았던 감정은 공포였다. 1987년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맞섰던 프레데터는 인간의 힘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운 사냥꾼이었다. 모습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은 채 인간을 하나씩 추적하고, 압도적인 무기와 신체 능력으로 상대를 몰아붙였다. 그래서 내게 프레데터는 오랫동안 ‘사냥당할 일이 없는 존재’에 가까웠다.그런데 《프레데터: 죽음의 땅》을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은 조금 이상했다. 이번 프레데터는 너무 약해 보였다. 덱은 자기 종족 안에서도 제대로 된 전사로 인정받지 못하고, 아버지에게조차 부족한 존재로 취급받는다. 익숙했던 프레데터의 위압감을 기대했다면 당황할 만하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니 오히려 그 약함 때문에 덱이라는 캐릭터가 기억에 남았다.이번 작품이 흥미로운 .. 2026. 9. 17.
인셉션, 마지막 팽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코브가 등을 돌린 순간이 중요한 이유 처음 《인셉션》을 봤을 때 가장 궁금했던 건 마지막 팽이였다. 쓰러졌는지, 계속 돌았는지, 코브가 돌아온 곳이 현실인지 꿈인지. 꿈 안의 꿈이라는 구조를 따라가기도 벅찼고, 킥이 어느 층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느라 감정까지 볼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이상하게도 팽이보다 코브의 얼굴이 더 많이 보였다. 특히 마지막에 그가 팽이를 확인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걸어가는 순간이 전과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인셉션》은 현실과 꿈을 구별하는 퍼즐처럼 보이지만, 내게는 점점 다른 영화가 됐다. 코브가 정말 빠져나와야 했던 곳은 꿈의 여러 층이 아니라 아내 맬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그는 이미 맬을 잃었지만 기억 속의 맬을 계속 불러내고, 그 기억은 임무를 방해하면서도 동시에 그를 과거에 붙잡아 둔다. 결국.. 2026. 9. 15.
인터스텔라, 우주의 끝보다 더 멀게 느껴졌던 건 왜 아버지와 딸의 시간이었을까 처음 《인터스텔라》를 봤을 때는 우주보다 설명을 따라가는 일이 더 어려웠다. 블랙홀, 웜홀, 상대성이론, 중력방정식 같은 말들이 쉴 새 없이 나왔고, 한 장면을 이해하기도 전에 다음 개념이 등장했다. 그래서 첫 관람 때는 ‘대단한 과학영화’라는 인상이 먼저 남았다. 그런데 다시 볼수록 이상하게 과학보다 쿠퍼와 머피가 더 크게 보였다. 특히 밀러 행성에서 돌아온 쿠퍼가 수십 년치 영상 메시지를 한꺼번에 확인하는 장면은, 내용을 알수록 더 아프게 다가왔다.《인터스텔라》는 우주의 끝을 찾아가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내가 다시 본 뒤 가장 멀게 느낀 것은 별과 별 사이의 거리가 아니었다. 아버지와 딸이 같은 시간을 살 수 없게 된 거리였다. 쿠퍼는 인류를 위해 떠났지만 머피에게는 자신을 두고 떠난 아버지였다. 둘.. 2026. 9. 14.
터미네이터2, 인간을 죽이도록 만들어진 기계는 왜 마지막에 인간보다 인간다웠을까 《터미네이터2》에서 가장 오래 기억나는 장면을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화려한 추격전도, 액체금속 T-1000도 아니다. 용광로 속으로 천천히 내려가던 T-800이 마지막 순간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장면이다. 처음 봤을 때는 멋있으면서도 슬픈 장면 정도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그 엄지 하나가 영화 전체를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더 아이러니한 것은 T-800의 출발점이다. 1편에서 같은 외형의 터미네이터는 사라 코너를 죽이기 위해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살해했다. 인간의 목숨에는 관심이 없고 목표를 제거하는 것만 중요한 기계였다. 그런데 2편에서는 그 기계가 존 코너를 지키고, 사람을 죽이지 않는 법을 배우고, 마지막에는 인간의 미래를 위해 자기 자신을 없애는 선택까지 한다.그래.. 2026. 9. 13.
알리타: 배틀 엔젤, 사람보다 더 인간적인 사이보그가 남긴 질문 《알리타: 배틀 엔젤》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알리타의 얼굴이었다. 유난히 큰 눈, 인간과 비슷하면서도 분명히 다른 몸, 그리고 그 몸으로 펼치는 빠른 전투까지. 처음에는 기술적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구현했는지가 더 궁금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난 뒤 오래 남은 것은 CG가 아니었다. 오히려 기계의 몸을 가진 알리타가 주변의 인간들보다 더 솔직하게 사랑하고, 더 크게 상처받고, 더 분명하게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는 모습이었다.그래서 이 영화를 다시 생각하면 질문 하나가 남는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태어난 몸일까, 기억일까, 아니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마음일까. 《알리타: 배틀 엔젤》은 화려한 사이보그 액션을 앞세우지만, 그.. 2026. 9. 12.
아이언맨3, 슈트가 사라진 뒤 토니 스타크는 무엇으로 영웅이 됐을까 《아이언맨3》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수십 벌의 슈트였다. 마크 42를 비롯해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진 갑옷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장면은 분명 화려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떠올려보면 이 영화에서 더 중요한 것은 슈트가 많아지는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그 슈트들이 사라진 뒤의 토니 스타크였다.뉴욕 전투를 겪은 뒤 토니는 이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호흡이 가빠지며, 위험이 닥치지 않았는데도 계속 무언가를 대비한다. 겉으로는 여전히 농담을 하고 자신만만해 보이지만 안쪽에서는 무너지고 있다. 그래서 그는 쉬지 않고 새로운 슈트를 만든다. 처음 볼 때는 역시 토니답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보면 그 수많은 슈트는 자신감의 상징이라기보다 불안을 숨.. 2026.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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