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 영화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_탈로칸이 안스럽게 느껴진다. (바다 공포, 마블 한계, 리리 윌리엄스)

by 두목73 영화창고 2026. 5. 26.

탈로칸이 안스럽게 느껴집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해양 전투 장면이 이렇게 저를 흔들어놓을 줄 몰랐습니다. 대학 시절 제주도에서 스쿠버 도중 파도에 쓸려 바위에 몸이 부딪히고, 맨몸으로 1km 가까이 헤엄치다 탈진 직전까지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경험 이후 바다는 제게 아름다운 동시에 공포의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는 단순한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그 오래된 공포와 경외감을 다시 꺼내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 영화 포스터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

바다 공포와 계승 서사, 탈로칸이 다르게 느껴진 이유

영화 속 해저 문명 탈로칸(Talokan)은 수중 생존과 해양 전투를 기반으로 한 종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탈로칸이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새롭게 설계한 아메리카 원주민 기반의 해저 문명으로, 스페인 식민지배를 피해 바다 아래로 내려간 사람들의 후예입니다. 단순한 수중 배경이 아니라 식민주의 역사와 연결된 설정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판타지 이상의 무게감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바다에서 죽을 뻔했던 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수중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며 지상의 군함을 격침시키는 탈로칸 전사들의 장면은 단순히 "멋있다"는 감상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인간이 바다 앞에서 얼마나 작고 무력한지 몸으로 알고 있기에, 그 장면들이 경외감에 가까운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실제로 수압(water pressure)은 수심이 10m 깊어질 때마다 약 1 기압씩 증가합니다. 쉽게 말해, 깊은 바다로 들어갈수록 인간의 몸이 버텨야 하는 압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그 환경을 자유롭게 지배하는 탈로칸 전사들의 존재감은, 적어도 제 눈에는 충분히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탈로칸이 DC의 아틀란티스와 크게 다를 게 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아틀란티스가 유럽 신화 기반의 해저 제국이라면, 탈로칸은 마야 문명과 식민지 역사를 뼈대로 삼습니다. 시각적으로 완전히 새롭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맥락이 다릅니다. 다만 비주얼 임팩트(visual impact), 즉 처음 보는 순간 관객을 압도하는 영상적 충격이라는 측면에서는 솔직히 기대에 조금 못 미쳤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영화가 다루는 계승 서사(succession narrative)도 주목할 만합니다. 계승 서사란 선대 영웅의 역할과 상징을 후대가 이어받는 이야기 구조를 의미하는데, 단순히 슈트를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그 자리를 채우는 과정에 초점을 맞춥니다. 슈리는 블랙 팬서를, 리리 윌리엄스는 아이언맨을 계승합니다. 슈리가 끊어진 심장 모양 허브를 스스로의 힘으로 복원하는 장면은 이 서사의 핵심이라 해도 좋습니다. 선대의 유산을 안전하게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맥락 위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의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채드윅 보스만의 블랙팬서 리뷰 보기

마블 한계, 이 영화는 어디까지 왔는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완성도가 생각보다 훨씬 견고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견고함이 동시에 마블의 한계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깔끔하고 우아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애도와 분노를 축으로 한 서사는 설득력이 있고, 라몬다 여왕과 오코예의 감정선은 충분히 살아 있습니다. 빌런인 네이머 역시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자신의 논리와 상처를 가진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잘 만든 영화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시각도 있습니다. "마블은 이제 새로운 걸 보여줄 여력이 없다"는 평가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대규모 해전 시퀀스는 볼만했지만, 후반부 대규모 전투의 구성 방식은 마블이 수년간 반복해온 클리셰(clich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클리셰란 창의성 없이 반복되는 공식화된 표현이나 장면 구성을 의미하는데, 히어로 영화에서는 "최후의 대전투 → 희생 → 역전"의 패턴이 대표적입니다. 그 패턴을 이번에도 고스란히 따라갔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캐릭터 간 존재감의 불균형도 신경 쓰였습니다. 라몬다 여왕이 스크린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준 반면, 영화 전체를 이끌어야 할 슈리의 에너지는 상대적으로 약했습니다. 오히려 빌런인 네이머의 존재감이 더 강렬했다는 점은 역설적입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슈리가 새로운 블랙 팬서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기보다 여전히 "채드윅 보즈먼 없는 블랙 팬서"라는 인상이 남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리리 윌리엄스는 꼭 필요한가?

리리 윌리엄스의 등장은 아이언 하트라는 캐릭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서사적 필연성이 부족한 채 합류한 구조의 문제로 보입니다. 아이언 하트 슈트의 기술적 완성도를 논하기 이전에, 그 캐릭터가 이 이야기 안에 왜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흥행 측면에서도 히어로 영화의 현주소는 변화 중입니다.  마블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서사 구조의 관점에서도 160분이라는 상영 시간은 의미 있는 숫자입니다. 애도의 서사, 빌런의 탄생, 영웅의 계승이라는 세 축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서사에서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란 인물이 이야기를 통해 내면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슈리의 아크는 분노에서 선택으로, 복수에서 계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가집니다. 다만 그 변화가 관객에게 충분한 감정적 무게로 전달되었는가에 대해서는 "그렇다"와 "아쉬웠다"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 같습니다. 마블의 페이즈 4(Phase 4) 전반에 대한 평가도 이와 비슷합니다. 페이즈 4란 어벤저스 엔드게임 이후 마블이 새로운 방향성과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설계한 일련의 콘텐츠 단계를 가리킵니다. 그 마무리 작업으로서 와칸다 포에버는 충분히 제 역할을 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는지는 아직도 의문부호입니다. 

 

정리하면,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는 현재 마블이 가진 자산으로 낼 수 있는 최선에 가까운 결과물입니다. 동시에 그 최선이 히어로 영화 장르 전체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흥행 결과는 마블의 다음 방향을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바다에서 살아 돌아온 뒤 바다를 다시 바라보게 된 것처럼, 마블도 지금의 공포와 피로감을 딛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그게 가장 궁금한 질문으로 남습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액션보다 애도와 감정선에 집중하며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쪽에서 이 영화의 진짜 가치가 있습니다.

 

또 다른 해양 액션 블록버스터 아쿠아맨 리뷰 보기

 

아쿠아맨 : 로스트킹덤_수중액션의 끝판왕 (아서의 정체성, 수중 액션, 아틀란티스)

수중 액션의 끝판왕을 보고 말았습니다. 대학교 때부터 스킨스쿠버를 해온 저는 아쿠아맨을 보는 내내 이상하게 마음이 쿵쿵 내려앉았습니다. 단순히 스펙터클한 영화라서가 아니었습니다. 영

doomok73.com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doomok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