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과 싸우면 어떻게 될까? 수천 년 동안 봉인된 존재가 고대 유적에서 깨어난다는 설정, 저 혼자 꽤 오래 마음에 담아뒀던 영화입니다. 어릴 적 고고학자를 꿈꿨던 저로서는 사막과 고대 왕국이 배경으로 깔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끌렸습니다. 드웨인 존슨 주연의 DC 히어로 영화 블랙 아담, 줄거리부터 결말까지 제가 본 그대로 정리해 드립니다.

탄생 배경,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블랙 아담의 배경은 기원전 2600년 칸닥이라는 가상의 왕국입니다. 폭군 아크톤이 에테르늄이라는 금속을 채굴하기 위해 백성을 노예로 부리고, 사박의 왕관을 완성해 절대 권력을 손에 넣으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한 어린 노예 소년이 마법사 평의회에 의해 선택되어 성인의 모습으로 변환되고, 강력한 힘을 지닌 존재로 거듭나 아크톤을 무너뜨립니다. 여기서 에테르늄이란 영화 속 설정상 고대 칸닥에서만 채굴되는 희귀 금속으로, 사박의 왕관을 완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재료입니다. 쉽게 말해 권력의 원천이 되는 물질인 셈입니다. 시간이 흘러 현대의 칸닥은 인터갱이라는 범죄 조직 아래 짓밟히고 있습니다. 고고학자 아드리아나 토마즈는 오빠 카림, 동료 사미르 이스마엘과 함께 사박의 왕관을 찾아 무덤 깊숙이 들어갑니다. 왕관을 손에 넣는 데는 성공했지만 인터갱의 습격으로 사미르가 목숨을 잃고, 절박한 상황에서 아드리아나가 고대 주문을 외워 잠들어 있던 테스 아담을 깨우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제가 이 도입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단순한 히어로 기원담이 아니라, 억압받는 민족과 오래된 저항의 역사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고대 문명 이야기에 빠져 지냈던 저로서는 이 구조가 단순한 액션 설정 그 이상으로 느껴졌습니다.
핵심 등장인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테스 아담(블랙 아담): 드웨인 존슨 분, 수천 년 봉인된 반영웅
- 아드리아나 토마즈: 사라 샤히 분, 고고학자이자 저항군의 구심점
- 닥터 페이트: 피어스 브로스넌 분,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핵심 멤버
- 호크맨: 알디스 호지 분,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리더
- 애텀 스매셔: 노아 센티네오 분,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신참
헐리우드의 또 다른 고대 영웅 이야기 이터널스 리뷰 보기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사박과의 전투 그리고 선택
영화 후반부에서 밝혀지는 핵심 반전은 이스마엘의 정체입니다. 그는 아담을 속여 스스로 자신을 죽이게 만든 뒤 사박으로 부활합니다. 여기서 사박이란 여섯 악마의 힘을 흡수한 존재로, 지옥의 군단을 소환해 칸닥 전체를 공포에 몰아넣는 최종 빌런입니다. 단순한 인간 악당에서 신화적 차원의 존재로 격이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Justice Society of America, JSA)는 DC 코믹스에서 최초로 등장한 슈퍼히어로 팀으로, 영화에서는 아담을 견제하기 위해 출동한 집단으로 그려집니다. JSA란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기존 히어로 질서를 대변하는 세력이며, 아담과의 마찰이 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을 이룹니다. 닥터 페이트는 호크맨의 죽음을 막기 위해 스스로 사박과 맞서는 선택을 합니다. 결국 목숨을 잃지만, 마지막 순간 영혼 투영(soul projection)으로 아담을 다시 전장으로 불러내는 데 성공합니다. 영혼 투영이란 육체가 소멸된 이후에도 의지의 힘으로 일시적으로 현실에 개입하는 능력으로, 닥터 페이트의 마지막 선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 장면에서 예상 밖으로 감정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되돌아온 아담은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사박을 쓰러뜨리고 지옥의 군단까지 소멸시킵니다. 이후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와 일정한 신뢰를 형성한 채 물러나고, 아담은 칸닥에는 지배자가 아닌 수호자가 필요하다는 결론 아래 왕좌를 스스로 파괴하며 블랙 아담이라는 이름을 선택합니다. 쿠키 영상에서는 아만다 월러가 아담에게 칸닥을 벗어나지 말라고 경고하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슈퍼맨을 보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블랙 아담과 슈퍼맨의 충돌 가능성을 열어두는 장치인데, 제 경험상 이런 쿠키 장면이 있으면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기대감이 배로 커집니다.
안티 히어로, 블랙 아담
DC 확장 유니버스(DCEU)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 자주 비교되는데, 블랙 아담은 그 안에서도 특히 안티히어로(anti-hero)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입니다. 안티히어로란 전통적인 영웅의 도덕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인물 유형을 말합니다. 드웨인 존슨이 연기한 블랙 아담은 선과 악의 경계에 서 있다는 점에서 기존 히어로물과 확실히 다른 결을 보여줍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 순수 액션의 밀도와 시원함만 따지면 최근 몇 년 사이 본 히어로 영화 중 손에 꼽힐 만합니다. 압도적인 힘으로 적을 제압하는 장면들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고, 히어로 영화 특유의 짜릿함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줬습니다.
DC 코믹스 원작 기준으로 블랙 아담은 1945년에 처음 등장한 캐릭터로 수십 년의 서사를 가진 캐릭터를 실사화했다는 점에서, 원작 팬이라면 더 다양한 감상 포인트가 생깁니다. 다만, 세계관 확장 측면에서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DC 확장 유니버스 내 연속성(continuity), 즉 다른 작품과의 서사 연결이 다소 느슨하게 처리된 부분이 있습니다. 콘티뉴이티란 여러 작품이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일관되게 이어지는 구조를 뜻하는 제작 용어입니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졌는데, DC가 세계관 정비에 더 공을 들였다면 블랙 아담의 포지션이 더 명확해졌을 것 같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전형적인 영웅이 아닌 안티히어로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분
- 고대 문명, 유적, 신화적 세계관이 배경인 영화를 좋아하는 분
- 순수한 액션 스펙터클을 시원하게 즐기고 싶은 분
블랙 아담과 슈퍼맨이 본격적으로 맞붙는 후속 이야기가 언젠가 나온다면 어마어마한 스케일이 될 것 같습니다. 고대 신화를 품은 배경과 현대 히어로 세계관이 교차하는 이런 작품, 인디아나 존스처럼 유적과 역사를 다루는 영화들과 함께 앞으로도 더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일단 보고 후회할 영화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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