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못한 걸 하는 연시은이 너무 고맙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에 가볍게 봤습니다. '학원 액션물이면 뻔한 복수극이겠지' 하고 켰다가, 1화가 끝날 무렵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박지훈이 볼펜 하나로 상황을 장악하는 그 장면에서, 아 이건 다른 드라마구나 싶었습니다.

나와 연시은이 겹쳐 보였던 이유
저의 학창 시절은 공부로 시작해서 공부로 끝나는 생활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담배 피우며 당구장이나 다니던 아이들, 조폭 놀이 하던 무리들, 저는 그 세계와 철저하게 거리를 뒀습니다. 패싸움을 직관한 적도 있고, 휘말릴 뻔한 상황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빠져나왔습니다. 고1 때 딱 한 번 싸워보고는 그 이후로 주먹 한 번 쥐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 제가 약한영웅 Class 1의 연시은을 보면서 묘하게 공감이 됐습니다. 전교 1등이지만 공부 외에는 무관심하고, 감정을 억누르며 혼자서 버텨내는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이 드라마의 장르는 학원 액션물로 분류되지만, 단순한 싸움 장면 이상의 감정선이 깔려 있습니다. 학원 액션물이란 학교를 배경으로 또래 간의 폭력, 위계, 생존을 다루는 장르를 말합니다. 그 안에서 연시은이 선택한 방식은 주먹이 아니라 두뇌 액션, 즉 상대의 심리를 읽고 도구와 물리 법칙을 활용해 역전하는 방식이었는데, 그게 이 작품을 다른 드라마들과 분리시켜 주는 지점이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학창시절에 낭만 없이 공부만 했던 사람일수록 이런 드라마에서 대리만족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당시에 제가 연시은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등장인물, 세 인물의 관계가 만들어낸 긴장감
약한영웅 Class 1의 핵심은 연시은(박지훈), 안수호(최현욱), 오범석(홍경) 세 인물의 관계 구조에 있습니다. 이 드라마를 단순 폭력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제 경험상 그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는 캐릭터 간의 심리 묘사와 감정 충돌이 훨씬 더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오범석 캐릭터는 이 드라마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라고 느꼈습니다. 국회의원 아들이라 당연히 고생 모르는 금수저겠거니 했는데, 아버지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봤을 때 저도 모르게 숨이 막혔습니다. 가정 내 학대(domestic violence)란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정서적 폭력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오범석의 행동 동기를 이해하는 데 이 배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집 밖에서는 권력자 아들이지만, 집 안에서는 피해자였던 그가 열등감을 폭발시키는 과정은 홍경 배우의 소름 끼치는 연기와 맞물려 시즌1 내내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할 만큼 현실감이 있었습니다.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란 이야기 안에서 인물이 변화해 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 드라마는 세 인물의 캐릭터 아크가 서로 충돌하고 교차하면서 단순한 학원 폭력물과는 다른 결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수호가 시은을 바라보던 눈빛들은 제가 이 드라마를 다시 정주행 할 때도 여전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안수호를 연기한 최현욱 배우는 살짝 날이 서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이 캐릭터와 정말 잘 맞아떨어졌다고 느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싸움 잘하는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인간적인 매력이 쌓이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성장 드라마, 이 작품이 남긴 것
약한영웅 Class 1은 2022년 하반기 OTT 플랫폼 웨이브의 유료 가입자 견인 1위를 기록했습니다. OTT(Over The Top)란 인터넷을 통해 방송·영화 콘텐츠를 스트리밍 하는 서비스를 의미하며, 기존 방송사 채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유통 방식입니다. 이 작품이 비지상파 오리지널 드라마임에도 이 정도 성과를 낸 것은, 단순히 화제성 때문만이 아니라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가 받쳐줬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약한영웅 Class 1이 시즌2 제작 확정 이후 넷플릭스로 플랫폼을 옮긴 것은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인상적이었던 또 다른 이유는 사채업자까지 얽히며 거칠어지는 전개 방식이었습니다. 드라마가 단순한 학교 폭력 복수극이 아니라 이런 외부 구조와의 충돌까지 담아냈다는 점이, 제가 더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내러티브 구조(narrative structure)란 이야기 안에서 사건들이 배열되고 전개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 작품은 권선징악이라는 단선적 내러티브 구조를 의도적으로 피하면서, 예상을 벗어나는 흐름으로 긴장감을 유지했습니다. 그 점이 8부작이라는 짧은 분량 안에서도 밀도를 잃지 않게 만든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날 것 같은 학원 액션물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저처럼 학창시절을 공부로 버텨온 분이라면, 연시은의 폭발 장면에서 대리만족을 제대로 느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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