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한 명인데 《테이큰》을 보는 내내 딸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와이프와 같이 봤습니다. 액션도 재미있고 리암 니슨이 딸을 찾아가는 과정도 긴장감이 있어서 저는 10점 만점에 9.5점을 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영화를 높게 보는 이유는 액션만은 아닙니다. 딸을 키우는 아빠이다 보니 영화 속에서 딸에게 일이 생기는 순간부터 그냥 영화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친구들끼리 해외여행은 절대 못 가게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부모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테이큰, 딸 하나 키우는 아빠가 보면 다르게 보였습니다
제가 테이큰을 보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사람은 리암 니슨도 아니고 영화 속 딸도 아니었습니다. 제 딸이었습니다. 저도 딸이 한 명이다 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만약 저게 우리 딸이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특히 딸이 친구와 함께 해외에 나가서 위험한 일을 당하는 상황 자체가 싫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화도 났습니다. 왜 위험하게 친구들끼리 여행을 갔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빠 입장에서 보면 걱정되는 게 당연했습니다.
딸 친구에게까지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걸 보면서는 더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영화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는 완전히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세상에는 실제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평범하게 여행을 떠났는데 가족이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다는 설정 자체가 저한테는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저도 젊었을 때 이런 영화를 봤다면 리암 니슨이 얼마나 강한지, 액션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만 봤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자식을 키우고 나서 보니까 느낌이 달랐습니다. 딸을 찾으려고 무슨 일이든 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먼저 보였습니다.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마지막에 딸을 구하는 장면입니다. 영화를 보는 사람이면 결국 아버지가 딸을 구할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하면서 볼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마지막 구출 장면을 보니까 속이 시원했습니다. 액션에서 이겨서 시원한 것도 있었지만 결국 딸을 찾아냈다는 것 자체가 더 좋았습니다.
아빠 입장에서는 다른 게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보다 자식이 무사한 게 먼저일 겁니다. 저도 영화를 보면서 계속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만약 정말 제 딸에게 저런 일이 생긴다면 저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테이큰은 저한테 단순한 액션영화로만 남아 있지 않습니다. 평점 9.5점을 주는 것도 그런 이유가 큽니다. 재미도 있었지만 딸을 둔 아빠라서 더 몰입해서 봤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딸이 안전하게 지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친구끼리 해외여행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다릅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정말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내 딸은 절대 친구들끼리 해외여행 못 가게 해야겠다.” 그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여행을 떠난 뒤 벌어지는 일을 보고 있으니 아빠라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니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자식이 어릴 때야 부모가 하지 말라고 하면 막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뒤에도 부모가 모든 걸 결정해줄 수는 없습니다.
저 역시 딸이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하는데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걱정부터 되겠지만 결국 보내줄 것 같습니다. 제가 대신 딸의 인생을 살아줄 수도 없고 평생 옆에서 지켜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실제로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조심해서 다니고 자주 연락해라.”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어디에 있는지 가끔 알려주고 늦은 시간에는 위험한 곳에 가지 말라고 할 것 같습니다.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건 결국 그 정도일지도 모릅니다.
테이큰을 처음 봤을 때의 저는 절대 못 가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저는 조금 다릅니다. 말린다고 평생 말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안전하게 다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차이가 제가 나이를 먹으면서 달라진 부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은 똑같지만 자식도 자기 인생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테이큰 같은 영화를 보면 아빠 마음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그냥 위험한 곳에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무 일 없이 집에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다시 봐도 마지막 구출 장면에서 가장 마음이 놓일 것 같은 이유도 바로 그것입니다.
테이큰 보고 나서 달라진 것, 2~3일에 한 번씩 딸과 통화합니다
테이큰을 보고 나서 제 생활이 완전히 바뀐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영화를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끝난 것도 아닙니다. 저는 지금도 딸과 2~3일에 한 번 정도는 그냥 통화를 합니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 전화하는 것도 아닙니다. 잘 지내는지, 밥은 먹었는지, 별일은 없는지 그냥 목소리 한번 듣는 겁니다.
딸이 어릴 때는 어디에 가는지 부모가 대부분 알고 있었습니다. 학교에 가고 학원에 가고 집에 돌아오는 생활이 반복되니까 크게 걱정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식이 크면 부모가 모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집니다. 친구도 만나고 자기 생활도 생깁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끔 걱정됩니다.
테이큰을 보고 나서는 그 걱정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영화처럼 엄청난 사건이 실제로 우리 가족에게 생길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자식이 부모 눈앞에 없을 때는 무슨 일이 있는지 바로 알 수 없다는 건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연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가 테이큰을 보면서 처음 했던 생각은 친구들끼리 해외여행은 절대 못 가게 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생각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걸 압니다. 딸이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데 제가 평생 따라다닐 수는 없습니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으면 갈 수도 있고 친구들과 새로운 곳을 다녀볼 수도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조심하라고 말해주는 것뿐입니다. 실제로 딸이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면 저는 아마 “조심히 다니고 자주 연락해.”라고 할 것 같습니다. 걱정된다고 못 가게 하는 것보다 스스로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이야기해주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마음 한쪽에서는 걱정할 것 같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출발했다고 하면 도착했다는 연락을 기다릴 것 같고, 여행 중에도 가끔 잘 있는지 궁금할 것 같습니다. 아마 부모라면 자식이 몇 살이 되어도 이런 마음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테이큰에서 리암 니슨이 딸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볼 때 제가 그렇게 몰입했던 것도 결국 같은 이유였습니다. 저 사람에게는 다른 어떤 것보다 딸을 무사히 데려오는 게 중요했을 겁니다. 저도 딸이 한 명이라 그 마음이 이해됐습니다.
특히 마지막 구출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저는 화려한 액션보다 “이제 딸을 찾았구나.”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딸 얼굴이 떠올랐으니 마지막에 무사히 구해지는 장면에서 저까지 마음이 놓였습니다.
마무리하며
테이큰을 처음 봤을 때는 액션이 강해서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딸이 있는 아빠라서 9.5점을 준 것 같기도 합니다. 같은 영화를 봐도 자기 상황에 따라 기억에 남는 게 다른 것 같습니다.
저한테 테이큰은 딸을 못 나가게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내가 딸을 언제까지나 막아줄 수는 없다는 걸 생각하게 만든 영화로 남았습니다.
자식이 크면 자기 길을 가야 하고 부모는 그걸 인정해야 합니다. 대신 저는 가끔 전화해서 목소리를 듣고 별일 없는지만 확인하려고 합니다. 너무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아빠가 항상 있다는 건 알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2~3일에 한 번씩 딸과 그냥 통화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하는 전화는 아닙니다. 잘 지내고 있다는 목소리 한번 듣는 것, 지금 제가 아빠로서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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