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69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진짜 아버지는 왜 에고가 아니라 욘두였을까 아빠가 우주적인 존재라면 어떤 느낌일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는 처음에는 그 질문을 아주 거창하게 밀어붙인다. 피터 퀼 앞에 나타난 친아버지 에고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행성 자체를 이루는 우주적 존재다. 퀼이 평생 궁금해했던 자신의 출생과 특별한 능력의 이유도 그를 만나면서 풀리기 시작한다.그런데 다시 보면 이 영화가 정말 묻는 것은 에고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가 아니다. 퀼에게 아버지란 누구였느냐는 질문이다. 피를 물려준 에고와 어린 퀼을 데려가 거칠게 키운 욘두. 둘을 끝까지 비교하고 나면 혈연과 가족이 반드시 같은 뜻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착한다.나는 예전에는 마블 히어로물이 결국 비슷한 구조로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강한 적이 나타나고 히어로들이 힘을 합쳐 싸운 뒤 다음 작품을 예고하.. 2026. 9. 21. 범죄도시2, 강해상이 장첸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던 이유 손석구가 정말 무섭게 나온 영화였다. 《범죄도시2》를 보고 가장 오래 남은 것도 마석도의 통쾌한 주먹보다 강해상의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특히 나는 필리핀과 베트남을 직접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 영화 초반부가 더 불편하게 다가왔다. 여행지로 기억하고 있던 동남아의 풍경이 영화에서는 납치와 살인이 벌어지는 공간으로 바뀐다. 영화를 본 뒤 한동안 다음 여행 계획까지 미뤘을 정도였다.처음에는 강해상이 잔인해서 무섭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편의 장첸과 비교해보니 조금 다른 이유가 보였다. 장첸도 사람을 잔혹하게 죽이는 악역이었지만 그에게는 조직이 있었고 행동에는 나름의 목적과 질서가 있었다. 반면 강해상은 그 질서 자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돈이 필요하면 사람을 이용하고, 필요가 없어지거나 방해가 되면 곧바로 폭력.. 2026. 9. 20. 신세계, 이자성은 왜 경찰로 돌아가지 못했을까 《신세계》를 처음 봤을 때는 세 남자가 각자 다른 세상을 꿈꾸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강 과장은 골드문을 경찰이 통제할 수 있는 세계로 만들려 하고, 정청은 조직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이자성이 있다. 그런데 다시 보면 가장 답답하고 무서운 사람은 이자성이다. 경찰인데 경찰처럼 살지 못하고, 조직원인데 완전히 조직원이 될 수도 없는 상태로 너무 오랫동안 버틴다.처음에는 잠입수사라는 임무가 끝나면 경찰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조직에서 보내는 시간이 임무가 아니라 이자성의 실제 생활이 되어버린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도, 위험할 때 함께 있는 사람도 경찰이 아니라 조직원들이다. 신분증에 적힌 소속과 실제로 살아가는 삶이 서로 달라.. 2026. 9. 19. 범죄와의 전쟁, 최익현은 왜 끝까지 살아남았을까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처음 봤을 때부터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이렇게 폼을 잡을 영화인가? 범죄자들이 멋있게 나오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싶었다. 하정우가 연기한 최형배는 말투부터 행동까지 카리스마가 있고, 영화의 분위기와 음악까지 더해지면 조폭 세계가 꽤 멋있어 보이는 순간도 있다.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끝까지 보여주는 것은 멋있는 범죄자의 세계와는 조금 다르다. 허세를 부리다가도 살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형님과 동생을 찾다가 상황이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듯 등을 돌린다. 특히 최민식이 연기한 최익현을 보고 있으면 더 그렇다. 멋있다기보다 얄밉고, 비겁하고, 때로는 창피할 정도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사람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는다. 주먹이 센 것도 아니고 조직을.. 2026. 9. 18. 프레데터: 죽음의 땅, 가장 약한 프레데터를 주인공으로 세운 이유 프레데터를 처음 봤을 때 가장 강하게 남았던 감정은 공포였다. 1987년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맞섰던 프레데터는 인간의 힘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운 사냥꾼이었다. 모습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은 채 인간을 하나씩 추적하고, 압도적인 무기와 신체 능력으로 상대를 몰아붙였다. 그래서 내게 프레데터는 오랫동안 ‘사냥당할 일이 없는 존재’에 가까웠다.그런데 《프레데터: 죽음의 땅》을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은 조금 이상했다. 이번 프레데터는 너무 약해 보였다. 덱은 자기 종족 안에서도 제대로 된 전사로 인정받지 못하고, 아버지에게조차 부족한 존재로 취급받는다. 익숙했던 프레데터의 위압감을 기대했다면 당황할 만하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니 오히려 그 약함 때문에 덱이라는 캐릭터가 기억에 남았다.이번 작품이 흥미로운 .. 2026. 9. 17. 노량: 죽음의 바다,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가 승리보다 더 먹먹했던 이유 2023년 겨울 《노량: 죽음의 바다》를 가족과 함께 보고 나서 반응이 세 갈래로 갈렸다. 남편은 명량이나 한산보다 스토리가 약하고 지루했다고 했고, 중학생 아이는 엄청 재미있었다고 했다. 나는 그 중간이었다. 초반은 분명 길게 느껴졌지만 해전이 시작된 뒤에는 영화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이렇게 반응이 달랐던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니, 이 작품은 전반부와 후반부의 온도 차가 유난히 큰 영화였다.그런데 다시 볼수록 내게 남은 것은 거대한 함선도 백병전도 아니었다. 이미 일본군의 철수가 시작된 전쟁의 끝에서 이순신이 왜 마지막까지 싸워야 했는지, 그리고 승리를 눈앞에 두고도 자기 목숨보다 전투의 마무리를 먼저 생각했던 한 장수의 선택이었다. 《노량》의 마지막이 먹먹한 이유는 우리가 결과.. 2026. 9. 16. 이전 1 2 3 4 5 ··· 29 다음